아버지의 도시락 / 나누리
비포장 신작로
걸어서 한시간도 넘어
아침밥을 드시고
동네마다 부역을 나가시네
반나절이면 끝날줄 알았는데
오후까지 해야 하는일에
도시락도 없으신 아버지
얼마나 배가 고프실까
동네 사람들 도시락 열어
십시일반 걷으시어
잡수시라 권하여도
끝내 거절하신 아버지
천성으로 태어나신
자존심이 무엇인지
한사코 허락하지 않으시어
긴긴봄날 배고픔으로 하루를 때우시다
뉘엇뉘엇 서산에 해질무렵
허기진몸 지치고 힘들어
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
배가 등에붙어 불쌍하기 그지 없어라